이화여고동창님들께
새로운 정부는 교육 개혁의 주요 정책으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으로 1886년 설립되어 7만여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눔과 섬김의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며 근현대사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1969년 이화여중 강제 폐교,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의 시행 등으로 명문 사학으로서의 교육역량을 존중받지 못한 채 입시 과열과 고교서열화의 오명을 씌워 획일화된 교육의 구조 속으로 내몰려왔습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되었고 이화의 고유한 건학의 정신과 자율적, 독창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현하고자 교직원과 학생, 학부형 및 재단과 동창들이 한마음이 되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사고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폐지론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에 동창님들께 자사고 폐지론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화의 교육 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모으고자 합니다.
1. 이화의 교육 목표는 섬김과 나눔의 그리스도정신을 실천하는 민주시민의 양성입니다. ‘약한 이 힘 되고 어둠에 빛 되는 한국인 양성’의 건학 정신을 131년째 지켜오고 있습니다. 역사 깊은 사학의 고유한 교육 전통을 존중하지 않고 학생을 강제 배정하는 정책은 교육 다양성을 저해합니다.
2. 이화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신입생 선발 방법은 서울시 교육청이 정한대로 정원의 1.5배수를 컴퓨터로 추첨 후 인성면접으로 선발합니다. 중학교 성적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면접에서도 교과 관련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이화의 건학이념과 교육 프로그램에 공감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입학에 필요한 조건입니다.
3. 이화는 귀족학교가 아닙니다. 전교생 1300명 중 약 250명은 사회통합전형으로서 정원의 20%에 해당하며 경제배려(기초수급, 차상위, 차차상위), 한 부모 가정, 다문화, 새터민 등 돌봄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입학합니다.
학교법인 이화학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인재 양성의 사명으로 지금까지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자사고가 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45억원을 시설비, 교직원 복지비, 학교운영비 등으로 학교재정 지원을 확대하였고, 2013년 공사비 약 125억원으로 448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신축하는 등 총 약 270억원을 부담하여 최고 수준의 교육시설을 확보하였습니다. 동창들이 중심이 되어 약 130억의 기금을 조성한 이화장학재단의 장학금을 중심으로 연간 320여명의 학생들에게 3억6천만원을 지급하여 경제 곤란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화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학교로서 공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에 기여하였다고 자부합니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과열된 사교육이 진정될 것이라는 발상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잘못 진단한 채 자사고로 그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것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찾아 향상시키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이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외면하는 평등 일변도의 획일화된 교육으로 행복한 미래와 국가경쟁력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 교육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권이 바뀌면 교육제도가 바뀌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신을 키움은 물론 헌법제31조1항이 보장하는 ‘능력에 합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화여고 동창회는 학생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반대합니다.
2017. 7.